자취를 햇수로 6년 해봤다. 그 중에 일부는 외국에서.
룸메는 절대 X 이것이 내 원칙...
대학생 때 제일 친했던 동기와도 성격이 비슷해서
같은 원룸에서 자취하면서 서로 룸메는 하지 말자는 의견 통일.
그리고 같은 층, 현관문이 마주보는 옆집에 살면서도 1년 동안 서로의 방에 간 일이 다섯 번도 안 됐다.
주말마다 본가에 가던 자취하는 동기들
나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.
오히려 방학 시즌이 돼서 본가에 갈 때마다 스트레스 받았었다.
혼자가 편한 걸 우뜩함ㅋㅋㅋ
일하고 있을 땐 예민해져서
방문 근처에 인기척만 느껴져도 방문 쪽 몸이 간질거리고 신경이 곤두선다.
나를 부르거나 방문을 열면 그것만으로 화가 치솟기도 한다.
말 걸고 문 여는게 너무 싫어서 문을 잠그고 있었던 적도 있다.
근데 말은 걸 수 있음. 문 벌컥벌컥 여는 건 우리집 고유의 비매너다.
몇 년을 말해도 안 바뀐다.
노크라도 하라고 했더니 노크하면서 동시에 문을 연다 ㅋㅋㅋ
노크하면서 동시에 다른 손은 문고리를 돌린다. 어쩔땐 그냥 한대 퍽 치면서 벌컥 연다.
이 부분을 지적하면 해달래서 했는데 뭐가 문제냐 해줘도 그러냐는 태도다.
노크라는 행위의 의미를 모르는 것 같다.
친구집 놀러가면 아저씨가 절대 문 안 여시고 용건도 문 앞에서 말하고 가시던데
내가 와있어서 그런가 했더니 평소에도 늘 그러시는 거였다. 이게 당연한 거고 맞는 건데 부러웠다.
아무튼 이걸 제외하더라도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게 너무 안 맞는다.
근데 월세 안 나가고 집밥 먹는 값이라고 생각하면 난 복에겨운넘이구나 하고 분조장 치료됨.
그리고 또 다시 분노하기를 반복함.
외로움을 안 타는 건 아니다.
근데 남들보다 좀 극단적으로 덜 타는듯.
사람은 사람과 살아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한다.
근데 사회 속에서가 아니라 한 집에서 사는 건 싫다.
아무튼 집에 혼자가 된 기념으로
혼자 저녁 먹으러 카페에 왔다.
가족들이 2박3일 여행을 갔다.
나는 안 감!ㅋㅋㅋ
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
사실 내가 차멀미를 하는데 여행지 가는 교통편에 기차가 없고
직접 운전해서 차로 편도 3시간이래서 안 갔다...
전철이나 기차는 괜찮은데 승용차는 5분만 타도 멀미해서 난 안된다고 했다.
근데 멀미때문이 아니라 집에 혼자 있고 싶어서 안 따라간 적도 있긴 하다.
자취를 오래 하다가 지금은 본가에서 가족들이랑 지낸 지 꽤 됐는데
집에 혼자 남은 첫 날 화창한 오후에 환기 겸 창문 열어놓고 방청소 하면서
뭐지? 평소와 똑같은 루틴인데 왜이렇게 기분이 홀가분하고 개운하고 그러지...? 하고 의아해하다가
집에 인간이 나뿐이라는 사실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ㅋㅋㅋㅋ
그거 깨닫고 함박미소 지으면서 돌돌이 밀었음.
그 사실만으로 기본 상태의 기분 퀄리티가 다르다.
후련하고... 개운하고...
저녁 먹고 피씨방에서 게임하다가 집에 가는 길
밤 공원 사진 찍고있는데 폰 화면에 벌레가 앉았었다.
놀라서 흔들린 사진.
집에 가서 야식도 시켜먹었다.
막국수도 있었는데 저 족발만 80%쯤 먹고 배불러서 남은 20%은 다음날 아점으로 먹고
막국수는 한 덩어리로 굳어버려서 그냥 버렸다.
좋은 하루였음.
'일상' 카테고리의 다른 글
10월 돌아보기 (0) | 2024.08.23 |
---|---|
밍밍한 커피, 감 따는 아주머니들, 그리고 스타벅스 유자 민트 티 (0) | 2024.08.22 |
수면위상지연증후군 탈출하기 (2) | 2024.08.20 |
친구의 청첩장 (0) | 2024.08.19 |